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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계시록 잠금 해제, 뮤지컬 <요한계시록>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풀리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계시와 비유로 된 이야기는 쉽게 열 수 없는 자물쇠다. 성경에서도 ‘요한계시록’은 금기의 책이다. 섣불리 풀려고 해서도 안 되고, 비유를 해석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때문에 이 책은 이단이 자신을 재림주로, 새 하늘과 새 땅의 주인공으로 호도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성경을 완독한 신자는 생각보다 적지만, 성경의 끝인 요한계시록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더욱 적다. 풀 수도 없고, 함부로 푸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는 애물단지 같은 책, 성경을 믿는 이들에게 요한계시록은 그런 숙제였다.
 
이 예언의 말씀을 가감하지 말라
 
풀리지 않던 이야기가 풀렸다. ‘이 예언의 말씀을 가감하지 말라’는 계시록 22장 18절의 당부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잠금 장치를 풀었다. 뮤지컬 <요한계시록>은 문화행동 아트리의 작품이다. 2015년 초연된 후 2017년 7월 다시 막이 올랐다. 이번 공연이 뜻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문을 연 기독교 전용 극장 ‘광야’의 개관 공연이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쇳대박물관 지하 1층에 문을 연 ‘광야’는 기존의 거친 황무지라는 뜻의 ‘광야(廣野)’가 아닌 빛이 있는 들이라는 ‘광야(光野)’를 썼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광야를 비추는 빛이라는 의미다. 이 전용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던 대학로예술극장 3관을 장기 임대해 사용한다. 지난 가을 문화행동 아트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연으로 ‘더북’을 올렸다. 당시 아트리의 대표인 김관영 목사는 “기독교 전용관이 세워지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1년 상설 공연을 위해서는 공간의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만에 ‘광야’가 열렸다. 교회와 문화사역단체, 기업 등이 1달씩 맡아 후원하는 체제다. 현재 아트리는 ‘더북’과 ‘요한계시록’을 동시에 공연하고 있다. 공연장은 200석 정도, 공연관람료는 20,000원이다. 요한계시록의 경우 현재 토요일 3시, 7시 공연만 올린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좌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다
 
교회 좀 다녔다는 사람들도 ‘요한계시록’을 무겁고, 무서운 이야기로 인식한다. 뮤지컬 ‘요한계시록’은 이 책은 ‘연애편지’이며 뜨거운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다. 작품이 다루는 요한계시록 2~3장은 예수가 세상에 와서 부활한 뒤 남은 교회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소아시아에 세워진 7개의 교회는 남겨진 교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진리를 좇다가 사랑을 잃어버린 교회, 세상의 문화와 타협한 교회,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죽은 교회, 차지도 덥지도 않은 교회.. 등이 그렇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킨 교회, 처음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은 교회, 적은 능력으로 큰 믿음을 지킨 교회도 있다. 이들과 함께 교회의 여정을 걷다 보면, 신부가 기다리는 것이 정녕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 다름 아닌, 신랑이다.

다시 올 것을 약속한 신랑에게 신부는 “마라나타”를 외치고, 신랑은 “꼭 가겠다”고 화답한다. 이 사랑을 회복한 신부는 ‘소망’을 갖고 일상을 산다. 이 일상은 분명 이전과는 다르다. 관객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요한계시록’의 사랑을 알게 된 이들은, 이전과 다른 교회가 된다. 무엇보다 공연을 올리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이 소망의 ‘증인’이다. 이들은 매 공연, 온몸으로 예배드리듯 공연을 올린다. ‘광야’의 개관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순회선교단 대표 김용의 선교사는 “문화예술로 복음을 전하는 것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으나, 광야가 세워지는 과정과 공연을 보면서 ‘몸으로 드리는 예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 줄 평 : 신자와 비신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공연, 신자는 울음 주의